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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402240
한자 安東-鄕土飮食
영어의미역 Native Local Foods of Andong
분야 생활·민속/생활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북도 안동시
집필자 배영동

[개설]

안동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역사가 제법 오랜 음식으로는 안동식혜·건진국수·간고등어·안동소주가 유명하고, 그 밖에 각종 보푸리(보풀음)·수란(水卵) 등이 있다. 1970년대에 개발된 향토음식으로 헛제삿밥이 있으며, 1980년대에는 퓨전형 향토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안동찜닭이 출현하였다. 이러한 음식은 안동 지역의 유교 의례나 접빈 문화와 연관되어 발달하였다.

안동에는 한국 음식문화에 관한 3대 식경(食經)이 전해오고 있다. 『수운잡방(需雲雜方)』·『음식디미방』·『온주법(蘊酒法)』이 그것인데, 이들 조리서를 통해 당시 사대부가의 식생활과 음식문화를 생생히 엿볼 수 있다. 『수운잡방』은 1540년경 김유(金綏)가 집필한 한문 필사본으로, 술 만드는 법이 내용의 반을 차지한다.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은 정부인 안동장씨 장계향(張桂香)이 1670년경 집필한 것으로, 술과 고풍스런 음식에 대한 조리법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온주법』은 저자를 알 수 없으나 1700년대 말경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며, 술 위주로 몇 가지 궁중음식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어 반가(班家) 전통주 연구의 자료로 쓰인다.

[안동의 향토음식과 유래]

1. 주식에 해당하는 음식

안동 지역의 향토음식으로서 주식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것에는 건진국수와 헛제삿밥이 있다. 건진국수는 잔치음식의 하나이다. 전국적으로 국수는 혼례와 생일 때 먹는 중요한 의례음식이었다. 안동 지역의 건진국수는 ‘길한 음식’, ‘장수하는 음식’이라는 의미를 가진 국수로서 무척 곱다. 잔치 때 다수의 손님을 효과적으로 맞이하기 위해 독특하게 말아내는 것이다. 즉, 손님이 올 때마다 국수를 삶아내는 것이 아니라, 면을 미리 삶아서 1인분 정도로 뭉쳐 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고명을 올리고 국물을 부어 양념간장과 함께 차려내던 국수였다. 이런 국수로 북적대던 잔치에서 매우 신속하게 손님 대접을 할 수 있었다.

유교 문화가 융성한 안동에서는 조상을 극진히 모시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 가장 큰 책임이라고 여겨 제사를 매우 중시했다. 제사 후에는 참석했던 사람들이 둘러앉아 제상에 올랐던 음식을 나누어 먹었는데, 이를 음복(飮福)이라 한다. 이때 제사를 지낸 나머지 음식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이러한 풍습을 이어받아 제사를 지내지 않고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을 그대로 재현한 음식이 헛제삿밥이다.

헛제삿밥은 쇠고기·상어·문어·가오리·고등어·배추전 등이 주요한 내용물이 되는 제물 형식의 반찬을 제기에 담고, 고춧가루가 전혀 사용되지 않은 국과 간장, 그리고 한 그릇의 밥을 올린 것이 전부이다. 헛제삿밥은 1970년대 말에 새롭게 개발된 음식이다. 전통적으로 안동에는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다만, 일부 마을에서 확인되는 것은 ‘헛신위밥’, ‘허신지밥’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야식용 비빔밥이다.

안동시 풍산읍 서미리 목현마을에서는 이웃끼리 동지섣달 밤에 모여 놀다가 배가 고프면 제각기 쌀과 나물을 조금씩 내어서 쌀밥에다가 나물을 얹어 비빔밥을 해 먹는데, 이를 두고 헛신위밥이라고 했다. 헛신위밥이나 허신지밥이나 가짜 제사음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헛제삿밥은 유교적 제례문화의 요소가 선별적으로 재창조된 것이다.

2. 부식에 해당하는 음식

안동 지역의 특징적인 음식으로 반찬에 해당하는 것에는 간고등어와 곤짠지, 명태보푸리(명태보풀음), 대구보푸리(대구보풀음), 육포보푸리(육포보풀음), 수란 등을 들 수 있다. 간고등어는 안동 지역 사람들에게 비교적 흔하고 값싸게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생선이었다. 시간을 소급하면 간고등어는 가난한 안동 선비의 고급 반찬이었다. 안동은 내륙에 위치해 싱싱한 어물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안동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는 영덕이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전에는 영덕에서 안동까지 하루 만에 오가기 어려워 하루를 묵어야 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소금에 절인 고등어는 적당히 발효되고 간이 베어 맛이 좋았는데, 이것이 간고등어가 된 것이다. 당연히 안동 사람들은 간이 되지 않은 ‘통고등어’보다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를 더 자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안동 사람들에게 이처럼 고등어가 더 친숙하게 된 데에는, 혼상제례를 위시하여 생일이나 회갑잔치에도 고등어가 비교적 자주 올랐다는 문화적 취향이 작용하였다.

‘곤짠지’는 무말랭이김치를 말한다. 무말랭이를 이용하여 초겨울에 김장을 할 때 담근 김치이다. 이 곤짠지는 김치의 일종이니 겨우내 먹는 장기 보존형 부식인데다가,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편하여 어른들 밥상에 자주 올랐다. 더구나 다른 김치보다 물기가 적기 때문에 1970년대까지는 도시락 반찬으로도 널리 애용되었다.

한편 안동에서는 명태포, 대구포, 육포를 가지고 만든 보푸리가 귀한 손님 밥상에 자주 올랐다. 포를 두드려 부풀려서 매우 곱게 육질을 뜯어낸 다음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 고급 반찬이다. 또한 귀한 손님에게는 수란을 올렸다. 종지에 물을 담아 팔팔 끓을 때 달걀을 깨뜨려 넣고 반숙이 되면, 잣가루를 갈아서 새콤달콤하게 만든 양념을 넣은 것이다.

3. 간식에 해당하는 음식

간식에 해당하는 안동의 향토음식으로는 안동식혜와 점주를 들 수 있다. 안동식혜는 밥에 엿기름물을 붓고 삭히고 달여서 만든, 다른 지역의 예사 식혜와 매우 다른 음식이다. 예사 식혜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연구자들에 의해서 ‘안동식혜’로 구분하여 부르게 되었다. 이 음식을 안동 사람들은 그냥 ‘식혜’라고 불렀지 ‘안동식혜’라고 부른 적이 없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 말하는 식혜도 안동에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감주 또는 단술이라고 하여 식혜와는 확연히 구분되었다.

안동식혜의 기본적인 조리법은 쌀 또는 좁쌀로 지은 밥에 엿기름물을 부은 다음 잘게 썬 무, 다진 생강, 고춧가루 물을 넣고 물을 넉넉하게 부어서 삭히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안동식혜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더 맛있게 하려면 잣, 밤, 배, 사과, 볶은 땅콩 가운데 2~3가지를 넣어야 한다. 안동식혜는 다른 지역의 식혜맛과 붉게 만든 물김치맛이 동시에 나는 것이며, 약간의 과일맛도 볼 수 있는 간식이다. 전체적으로는 달고,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주를 이루며 소화작용을 돕는다. 안동식혜는 장기 보존이 어려운 발효 음식이므로, 냉장 시설이 없던 시대에는 동절기 음식이었다. 특히 즐겨 먹던 시기는 설과 대보름을 전후한 시점이었다.

한편 양반가에서는 귀한 손님들에게 흔히 점주를 대접하였다. 점주는 찹쌀로 지은 고두밥에 맑은 엿기름물을 부은 다음 달이지 않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삭혀 만든 것이다. 아랫목에 5시간 정도 삭히면 감주와는 다르게 밥알이 동동 뜨는 맑은 점주가 된다. 점주를 먹을 때는 잣을 띄우기도 하고, 가늘게 채를 친 대추를 띄우기도 한다. ‘양반집에는 점주’라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점주는 귀한 접빈음식으로 여겨졌다.

4. 안동을 대표하는 술, 안동소주

안동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로서, 1281년 몽고군과 고려군이 일본을 정벌할 때 안동에 머물던 충렬왕과 몽고군에 의하여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안동 지역에서는 각 가정마다 양조 방법이 전해 내려와 손님에게 접대하고 약용으로 이용되어 왔다. 이렇게 전승되어 오던 안동소주는 1912년 일제의 가양주 제조금지령에 의하여 사실상 전승의 맥이 단절되다시피 했다. 대신 일제강점기에 공장제 소주가 안동에서 생산·시판되면서 안동소주의 명성이 높아졌다.

오늘날의 안동소주는 1970년대 이후 무형문화재 정책에 힘입어 민속주로 다시 태어난 술이다. 1987년 5월 조옥화의 안동소주 양조법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받았고, 이어서 안동소주는 양산 체제로 생산되고 있다. 그 후 (주)안동소주에서도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였고,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안동소주 일품’도 시판되고 있다.

5. 퓨전형 향토음식으로 떠오른 안동찜닭

세간에 널리 알려진 안동찜닭은 안동 지역의 전통음식이 아니다. 안동의 찜닭은 구시장의 세칭 ‘통닭골목’에서 만들어 팔던 것으로서, 그 역사가 20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찜닭은 통닭을 만들 때와 같은 크기로 닭고기를 썰어 넣고 여기에 당면·감자·당근·파·마늘·붉은고추를 넣어서 간장과 물엿으로 간을 하여 약간 물기가 있게 조린 퓨전음식이다. 크게 보면 찜닭은 갈비찜과 당면으로 만든 잡채가 절충된 것에다가 채소와 양념이 들어간 형태이다.

찜닭은 술안주·간식·반찬·찌개 등의 여러 용도로 먹을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안동찜닭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원산지 안동을 떠나 서울로 올라가서 유명해지기 시작하였고, 차츰 전국의 대도시와 중소도시, 안동 인근의 중소도시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안동 향토음식의 특징]

특정 지역의 음식과 식생활 관습은 지리적·역사적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발달되는 합리적인 지혜를 보이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안동은 향토음식이 특히 발달되어 있다. 안동은 지형적으로 산이 많고 평야가 적은 건조지대이다. 토지는 척박하고 수량도 풍부하지 못하며 기후는 한랭한 편이어서 농업 조건이 좋지 못하다 보니 밭농사가 주로 발달되었다. 따라서 자연히 음식상이 소박하고 향토색이 짙다.

한편 역사적으로는 불교 문화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 있는데다 점차 유교 문화로 변천하면서 조선시대에는 유교 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의례음식인 떡과 한과류, 부침류, 다양한 기법의 민속주가 발달하였다. 또한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보수성이 강하여 안동식혜, 헛제삿밥, 간고등어, 안동소주 등 향토색이 강한 음식들이 전승되어 오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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