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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서 세상을 읽는 인물전설 이야기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4D010204
지역 경상북도 안동시 북후면 옹천리
시대 조선/조선 후기
집필자 조정현

학가산의 수려한 경관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옹천리는 예부터 교통의 요지이자 장터마을로 유명하다.

장날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론 원근에서 장꾼들과 주민들이 찾아와서 각종 농산물과 생필품 등을 매매하는 것이지만, 장터에서는 물건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더욱더 어느 장이든 가리지 않고 물건과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도 함께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들 중에서 안동 지역, 특히 옹천마을에서 전해 오는 인물전설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각이 잘 투영되어 있어 주목된다.

옹천리에서 전해 오는 인물전설 몇 가지를 살펴보자. 다음 2가지 이야기는 안동대학교 임재해 교수가 1981년 옹천마을의 강대은, 강대각 옹에게서 채록한 이야기이다.

[견훤을 물리친 삼태사]

견훤은 껄개이(지렁이)가 화한 사람인데, 나라를 차지하려고 안동으로 들어왔어. 안동에는 삼태사(三太師), 삼장군이 있었는데, 지렁이하고 싸우게 되었어. 싸워 보이 지러이한테 삼장군이 안 된단 말이래.

결국 이기기는 이겼는데 어애 이겼노 하면, 인제 지러이는 물에만 들어갔다가 나오면 힘을 더 쓴단 말이래. 그러니 힘만 빠지만 물에 들어가서 힘을 내가 나오고, 또 힘만 빠졌다 하면 물에 들어갔다 나와 힘을 내고, 그런단 말이지. 싸우다가 그런 걸 몇 번 겪어 보니 그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인제 싸우다가, 또 물에 들어가니까 이번에는 사람을 시켜서 간수(간장)와 소금을 몽땅 모아서 물에 쏟아 부었어. 견훤이 힘이 빠져서 물에가 보니 소금기가 있거든. 지렁이는 소금이 몸에 닿으면 몸이 녹는데, 견훤은 지렁이가 화한 사람이니 고마 힘이 사라졌다는구만, 그래서 이겼어. 그 후에 나라에서 벼슬을 주었는데 벼슬 이름이 삼태사라 그래.

후삼국 시대의 패배자인 견훤은 지렁이가 화한 인물, 또는 지렁이의 자손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안동 지역 주요 성씨 선조인 삼태사가 기지를 발휘해 견훤의 약점을 놓치지 않고 소금을 이용해서 전투에 승리한다는 구조를 보여준다. 신이한 출생이나 행적이 반드시 긍정적인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서애 대감을 가르친 겸암 대감]

서애 대감은 이름이 이룰성(成), 용룡(龍) 자고, 그 형은 구름운(雲), 용룡(龍)자거든요. 근데 운룡 선생은 그분은 숨은 선비고, 서애 대감은 영의정도 하고 병조판서도 했으이께네, 출장입상(出將入相)한 사람이라.

서애 대감하고 겸암 선생하고는 한 형제 간이고 우애도 깊었어요. 근데, 서애 대감 어른이(아버지) 나이 칠십에 소가(小家, 재혼)할라고 청해서 그래 소가를 했는데, 꽃 같은 젊은 부인을 데루왔다는 게래. 그래 혼인을 하고 얼마 안 있어 꽃 같은 동생을 하나 낳았어. 이레 보이 동생도 참 잘 났어요. 그래 아가 점점 장성하니 겸암 선생하고 서애 대감하고 수의를 했어요.

“암만 시동생이지만 그래도 맹(역시) 아부지 혈육인데 우리가 그 동생을 장가 보내야 되니 선을 보러 가자.”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가집으로 갔어요. 가니, 그 집에서는 서애 대감 명성을 듣고 자꾸 딸을 줄라 그러거든요. 그런데 겸암 선생은, “동생, 거 안 되네. 사람은 배필이래야 되지, 배필이 아니면 안 되네.” 하면서 반대를 하는게라. 그런데 서애 대감은 “가문도 좋고, 여러 가지 다 좋은데 혼인을 성사시키지요” 하면서 자꾸 하자 졸라도 겸암 선생은, “안 되네 안 되네.” 한단 말이래.

그이 서애 대감이 생각하기를 아무리 형이라도 괘씸하단 말이래. 그리고 생각해 보니 자기가 형보다 못하지도 않거든. 그래서 사무(계속) 불평을 하면서 서애 대감은 뒤에 오고 겸암 선생은 앞서 가는데, 마침 어떤 촌에 오다가 소나기를 만나서 오두막집에 들어가게 되었어. 오두막에 들어가 보니 웬 노인하고 처자하고 앉아서, 노인은 신을 삼고 처자는 심부름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겸암 선생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더니마는 그 심부름하는 처자를 동생 배필로 삼자는 거라. 그래 고마 그 집에서도 좋다고 하거든. 이 모습을 보니 서애 대감이 성이 많이 났어. 신이나 삼고 있는 하잘 것 없는 노인하고 사돈을 맺을려고 하니 성이 안 나겠어. 그래도 형이니까 말도 못하고 시름시름 내려왔어.

그 일이 있고부터는 형제간에 우애가 끊어지게 되었어. 서애 선생은 화가 나서 겸암 선생 방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서로 소원하게 지냈다 말이래, 그랬다가 하루는 겸암 선생이 서애 대감을 불렀어,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데, “동생 동생, 여기 들어와 보래.” 그래 서애 선생이 마지못해 들어갔단 말이래. 그래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다가, “오늘이 시동생 혼사날인데 여기 있으면 제수씨하고 올라 그랬으니 있어보자.”

그래서 방이 있게 되었는데 새벽녘에쯤 되니, 뜰 담 아래서 쿵! 하는 소리가 나거든. 그래서 문을 턱 열어 보니, 꼬리가 아홉 자난 예끼(여우)가, 말하자면 구미호(九尾狐)가 자빠져 있는게라. 조금 있다 보니 저번에 보았던 그 심부름하던 처자가 들어오더니만 하는 말이, “이만하면 되지요?” 그런단 말이래. 갑자기 예끼가 나타나고 처자가 나타나니 서애 대감이 놀라서, “뭐로?” 하고는 “왜 근노(그러노)?” 하고 묻는다 말이래.

그러니 겸암 선생이 말하기를, “동생 동생, 우리 아버지가 예전에 소가 들룰 때(재혼할 때) 색시로 들어온 것이 그 예끼래, 아버지가 홀려서 그른게래. 그런데 아부지가 들인 색시가 예끼라고 말릴 수는 없잖는가? 그래 있다 보니 예끼 새끼가 났는데, 맹 구미호란 말이래. 그러니 그걸 남의 손을 빌려가주고 죽여야 되지. 아부지 혈육을 우리 손으로 죽일 수는 없잖는가? 안 그런가? 부모혈육을 말이래. 나는 그전에 신을 삼는 사람이 보통 사람 아닌 줄 알았다 말이래. 그런데 만약에 재상 집 처자를 색시로 들였으면 예끼 동생인데 전부 죽을 꺼라 말이래.” 그러거든. 그 소리를 들은 서애 대감이 항복을 했다는 게래.

새어머니인 구미호에게서 태어난 동생을 혼인시키려는 과정에서 겸암 선생과 서애 선생이 대립하는 구조를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이인이었던 겸암 선생이 모든 정황을 꿰뚫어보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야기이다. 벼슬과 명예가 높은 서애 선생이지만 이인인 겸암 선생을 능가하지는 못한다고 설정함으로써 인물에 대한 민중적 평가의 다양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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