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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탈을 깎은 허도령 전설의 비극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4A020302
지역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시대 고려/고려 후기
집필자 임재해

하회마을에서 전해 오는 허도령 전설은 하회에 가장 먼저 터를 잡은 허씨들의 내력과 하회탈이 생겨난 까닭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면 하회탈과 별신굿이 허씨들이 마을에 자리 잡고 살 때부터 이루어졌다는 것을 말해 주는 동시에 서낭당과 같은 동신당이나 동제와 같은 공동체 단위의 제의도 허씨들에 의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인 셈이다. 허도령 이야기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고려 후기 낙동강이 휘감아 돈다고 하여 ‘하회’라고 불리던 마을에 가뭄이 들고 흉년이 지는 등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시름시름 병에 걸려 죽어나갔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하회에 허도령이라는 성실한 청년이 살고 있었다. 허도령은 마을의 재앙에 마음아파하며 매일 밤 삼신당에 물을 떠놓고 신령님께 재앙을 막아 달라고 정성껏 빌었다. 어느 날 밤 허도령의 꿈에 신령이 나타나 말했다. 하늘도 허도령의 마음을 헤아린 것이다.

“마을의 재앙은 사람들이 욕심을 부리고 다투고 시기하여, 서로 돕고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의 노여움을 산 것이다. 욕심 없이 마을을 걱정하는 네 정성이 갸륵하구나. 내가 마을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사람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열두 가지 탈을 깎아, 그 탈을 쓰고 신을 위해 굿을 하면 되느니라. 그렇게 하면 마을이 다시 편안해질 것이다. 그런데 탈을 깎는 동안 어느 누구라도 엿보게 되면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을 것이다. 꼭 명심하거라.”

허도령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 탈을 깎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음 날 새벽 허도령은 촌장에게 달려가 지난 밤 꿈 이야기를 해주며 탈을 깎아야 한다고 했다. 촌장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허도령의 꿈 이야기를 해주고 허도령이 탈을 깎을 것이라고 알렸다. 그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지만 허도령을 사랑하는 김씨 처녀의 얼굴빛은 어두웠다. 김씨 처녀는 허도령이 중요한 일을 맡게 되어 기뻤지만 허도령을 오랫동안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무척 슬펐던 것이다.

허도령은 몸을 깨끗이 하고 아무도 탈 깎는 것을 볼 수 없도록 집에 금줄을 친 다음 열심히 탈을 깎았다. 시간이 흘러 각시, 백정, 할미, 부네, 중, 양반, 선비, 총각, 별채, 떡다리, 한 쌍의 주지탈을 깎고 마지막 이매탈을 깎기 시작했다.

김씨 처녀는 매일 밤 허도령이 탈을 모두 깎고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몇날 며칠이 지나도 허도령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자 김씨 처녀는 허도령이 무척 그리웠다. 탈을 깎는 시간이 길어지자 김씨 처녀는 지금쯤이면 탈을 다 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금줄을 넘어 허도령이 가려놓은 탈막을 조심스럽게 걷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더니 허도령이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허도령이 죽기 직전 깎았던 탈이 이매탈이라고 한다. 이매탈의 턱을 완성하기 전에 허도령이 죽어서 오늘날까지 전해 오는 하회탈 가운데 이매탈만 유일하게 턱이 없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서로가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신령이 알려준 금기가 깨어진 까닭에 허도령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허도령이 죽자 김씨 처녀는 자신의 잘못으로 허도령이 죽은 것이라며 무척 슬퍼했다. 허도령이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 처녀는 시름시름 앓다가 허도령을 따라 죽고 말았다. 허도령 전설이 더 비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허도령의 죽음에 김씨 처녀의 죽음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처녀가 혼인도 하지 못하고 죽은 것을 안타까워하며 마을신으로 모시자고 뜻을 모았다. 이후 하회마을 사람들은 5년이나 10년, 또는 신의 계시가 있을 때마다 허도령이 깎은 탈을 쓰고 별신굿을 했다. 허도령이 깎은 하회탈은 모두 14개라고 전하나 지금은 총각, 별채, 떡다리 등 3개의 탈이 분실되어 모두 11개의 탈이 남았다.

[정보제공]

  • •  김수갑(여, 1934년생, 하회리 거주, 일명 춘양댁)
  • •  김동표(남, 1952년생, 하회리 거주, 하회동탈박물관 관장)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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