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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을 모시며 한 해를 시작하다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2C010302
지역 경상북도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여수경

봄을 시기하는 바람이 차가운 2010년 2월 27일 이른 아침, 삼도봉 아래 산골 마을이 북적인다. 사람들이 모이기엔 이른 시간임에도 마을회관에서는 벌써 많은 사람이 모여 무엇인가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마을회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손에 새끼줄이 들려 있다.

새끼줄을 보니 문득 오늘이 음력으로 1월 14일로, 보름이 임박했음이 뇌리를 스친다. 마을회관에서 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것은 바로 ‘금줄’[악귀 또는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은 막기 위해 왼새끼를 꼬아서 만드는 새끼줄]이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음력 1월, 우리 모두 해인리 사람들이 믿고 의지하는 산신에게 올리는 동제에 참석해 함께 소원을 빌어 보자.

[해인리의 제당은 세 곳]

해인리의 첫 번째 제당은 마을에 이르기 전 오른쪽 산록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높이 80㎝, 가로 110㎝ 정도의 바위 1기로서, 형태가 고인돌같이 생겼다.

외부 사람들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지만, 마을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다고 하여 해인리 사람들은 이곳을 하당(下堂)이라 부른다.

또한 정기나무 아래에 있다고 해서 ‘정기나무 밑’이라 부르기도 한다.

해인리의 두 번째 제당은 오미자터널을 지나자마자 마을 방면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하당은 그 크기가 작아서 쉽게 발견되기 어려운 반면, 두 번째 제당인 ‘중당(中堂)’은 주변에 소나무를 비롯한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비교적 쉽게 그 위치를 인지하게 된다.

‘중당’은 말 그대로 마을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서낭당’ 또는 ‘숙을메기’라고도 부른다.

해인리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마을에 도착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중당’은 마을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서낭당으로 불리는 제당은 높이 2m의 원기둥 돌무더기에 꼭대기에는 크기 50㎝ 정도의 돌 1기가 세워져 있는 조산(造山) 3기이다.

조산 주변으로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13그루가 둥그렇게 군락을 이루며, 그 경계선에 ‘해인대장군(海印大將軍)’과 ‘해인여장군(海印女將軍)’ 두 기의 장승이 세워져 있다.

현재의 서낭당은 해인리 사람들이 정성을 다하기 위해 2007년 새로 개보수한 결과이다.

해인리의 세 번째 제당은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에서 삼도봉해인산장으로 향하는 외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새로 생긴 다리가 보이는데, 세 번째 제당인 산제당은 이 뒤쪽 산 능선 중간 즈음에 있다.

2010년 새로 조성된 다리를 통해 해인계곡을 건너고 비탈진 계곡 길을 따라 약 50m 숨차게 오르다 보면 왼쪽에 1칸짜리 조그만 산제당을 확인하게 된다.

마을 끝자락에 위치하지만 삼도봉 주변 산신이 내려오는 첫 골목이자 마을 사람들이 가장 정성을 들이는 곳으로, 사람들은 이곳을 ‘상당(上堂)’ 또는 ‘산제당’이라 부른다.

산제당은 외부에 노출된 그대로 관리되어 오다가 2007년 4월 낙엽송으로 집을 만들고, 2010년 2월 문을 개보수하였다.

[세 번 올리는 정성]

해인리 사람들은 음력 1월 14일 세 곳의 제당에서 모두 세 번의 정성을 들인다.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를 지내기 3일 전인 음력 1월 11일 마을회관에 모여 ‘상심’과 ‘하심’ 각각 1명씩을 선출한다.

상심은 제를 주관하는 제관을 뜻하며, 하심은 제관을 도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선출된 상심과 하심은 3일 동안 제의를 올리기 위한 준비로서 몸을 정갈히 하는 등 안팎으로 정성을 다한다. 14일 제일 아침이 되면 마을회관에서 사람들이 모여 이들과 함께 금줄을 만든다. 금줄은 왼새끼를 꼬아 중간 중간 한지를 꽂아 만들며, 양지바른 곳에서 미리 캐낸 황토도 준비한다. 상심은 자신의 집과 하심의 집 그리고 제당 세 곳에 각각 금줄을 두르고, 황토를 뿌린다. 이 과정이 끝나면 상심과 하심은 김천장에서 제물을 구입한다.

제물은 뫼[밥], 돼지머리, 백설기, 탕국, 생선, 삼실과[밤·대추·곶감], 무, 콩나물, 고사리, 튀긴 미역 등이 준비된다. 튀긴 미역은 다른 마을과 구별되는 해인리만의 전통이다.

“미역 튀겨 가지고 올라가. 그기 왜 올라가냐 하믄[그것을 왜 올리는가 하면], 옛날에 여가[여기가] 불이 굉장히 많이 났다고. 그래가 화마(火魔)에 미역이 좋다카는 기라. 그래가 해마다 미역 튀겨 가 올라가고 있어.”

화재가 많았던 과거, 조금이라도 정성을 다하여 마을에 안녕을 기원하고자 했던 마을 사람들의 정성을 느낄 수가 있다.

저녁 5시가 되면 상심과 하심은 의관을 갖춘다. 그리고 제의에 참석할 사람들과 함께 준비한 제물을 가지고 먼저 산제당[상당]으로 향한다.

예전에는 제물을 모두 산제당 옆 계곡의 샘물을 이용해 제당 옆에서 마련했으며, 돼지도 한 마리를 통째로 올렸지만 지금은 그 절차나 올리는 제물의 양이 모두 간소화되었다.

산제당에서는 준비한 제물을 모두 올리며, 제관이 초헌관이 되어 절을 올린다.

아헌관까지 절을 올리고 나면 마지막으로 소지를 올린다. 소지는 먼저 산신에게, 다음은 마을을 지키는 신, 제관 순으로 진행되며, 마을 주민들은 나이순으로 올린다.

산제당의 제가 끝나면 다음으로 중당[서낭당]에 제를 올린다.

서낭당에서의 제의는 산제당에 비해 올리는 제물도 절차도 간단하다.

삼실과, 건어, 술만을 준비하여 제를 올리고 제관만 절을 올리며, 소지는 올리지 않는다.

중당의 제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하당에 제를 올린다.

하당에 올리는 제물과 제의 절차는 중당과 동일하다.

동제의 모든 과정이 끝나면, 상심과 하심은 준비한 제물 중 일부를 한지에 정성스럽게 조금씩 싸서 제당 주변으로 놓아 둔 후 남은 음식은 마을회관으로 가지고 온다.

이후 마을회관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자신들을 대신하여 정성을 다해 준 상심과 하심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준비한 음식들을 함께 음복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정보제공]

  • •  김석우(남, 1933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 •  서수생(남, 1936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 •  김성열(남, 1954년생, 부항면 해인리 주민, 해인리 향우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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