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32B02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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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김천시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박다희 |
[사람들로 북적한 상원리 마을회관]
이른 아침부터 상원리 원터마을에 자리한 마을회관이 사람들로 북적하다.
2010년 7월 19일 초복을 맞아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삼계탕과 수박을 먹기 위해서다. 원터마을 부인회장 이순옥[1959년생] 씨는 이른 아침부터 닭을 삶기 위해 마을회관 앞 아궁이에서 불을 지피고 있었다.
“이때 아니면 마을 사람들이 언제 모여서 함께 밥을 먹습니까. 요때 모여가 우리 마을에 있는 어른들을 대접해야지. 마을에 예산이 없어가 이럴 때 아니면 대접 못하는 게 오히려 죄송스럽다 아닙니까.”
무더운 날씨도 한몫하여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이순옥 씨는 연신 솥에 있는 닭을 삶기 위해 주걱으로 뒤적거리고 있다. 마을 주민 모두를 대접하려니 일의 양이 만만치가 않다. 부인회 회원들이 모두 모여 거들지만 일손이 턱없이 모자랄 즈음, 마을회관 안에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었던지 할머니들이 하나둘씩 나오신다.
“할일이 뭐고? 닭살 뜯으면 되나?”
“하지 마소, 저희가 하께예.”
“이거 하면 되제?”
할머니들은 소매를 걷어붙이고는 부녀회원들이 만류해도 한사코 도와주신다.
[초복날 동회의를 진행하다]
구성면 상원리 원터마을에서는 1년에 두 번 동회의를 한다. 2010년에는 7월 19일 초복 행사로 마을 주민이 모였을 때 중간 동회의를 열었다.
회관 안으로 삼계탕이 들어오기 전 마을 주민이 모두 모였음을 확인한 이응수[1961년생] 이장이 중간 동회의를 시작하였다.
“다들 오셨지요? 자, 지금부터 제가 나눠 드리는 거 보시고. 중간 동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현재 마을에서 행해지는 안건과 예산 등에 대해 의논을 하고 회의를 하였다.
처음 동회의를 열 때는 남자, 여자 따로 모였지만 지금은 모든 주민이 참석하고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날짜를 정하는 거는 마을 이장이 하는 거고. 동회의 때문에 다들 모이시는데 뭐 점심 한 그릇이라도 대접을 해야 안 되겠습니까. 동네 어르신들이 다 같이 모일라면 그런 걸 해야 된단 말이죠. 아무리 마을에 돈이 없고 그렇더라도 이렇게 아니면 모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이럴 때 부인회가 또 나와서 도와주고 그러는 거지. 이게 그래도 이런 행사가 진행되는 마을은 괜찮은 편이야. 다른 동네는 그런 것도 없어요. 사람이 있어야 하죠.”
이순옥 씨의 말처럼 초복에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삼계탕을 먹으면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날짜를 정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녀자들끼리 모여서 꽃놀이를 즐겼던 회추나 동지 등의 세시 풍속을 다 챙겼지만, 마을 주민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과거의 행사를 모두 열기에는 재정적으로 힘들다고 한다.
[마을 주민이 함께 이겨 낸 복날의 더위]
“한 그릇 더 드실랍니꺼? 닭이 많이 남았습니더. 한 그릇 더 드세요.”
이순옥 씨는 이쪽 방, 저쪽 방을 정신없이 다니며 어른들을 챙기다가 마을 어른들이 모두 드시고 자리를 나선 다음에야 마을회관 부엌 구석에서 자신 몫의 삼계탕을 먹고는 금세 일어나 남은 그릇을 치우기 바쁘다.
“다 같이 삼계탕 먹고 하니깐 좋네예. 초복 때 이래 든든하게 먹었으니 올해 더위는 거뜬하겠다. 그죠?”
이순옥 씨의 말에 마을회관을 나가던 마을 어른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올 여름은 덕분에 든든하게 보낼 수 있겠다며 흐뭇해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마저 든든하게 만드는 바로 그런 모습이야말로 원터마을을 굳건하게 지켜 내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