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02395 |
---|---|
한자 | 宅號 |
영어음역 | Taekho |
영어의미역 | Another Name to Call Married Person by Their Native Place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
집필자 | 박동철 |
[정의]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출신지에 따라 정해지는 기혼남녀를 부르는 별칭.
[개설]
남녀가 혼인을 하고 나면 출신지 명에 따라 택호를 지어 이름을 대신한다. 주로 여자의 친정 지명을 따르는데, ‘출신지 명+댁’의 형태이다. 이외에 관직이나 당호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연원]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이름을 짓기 위하여 매우 고심한다. 이름에 의미나 소망을 부여하기도 하고,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아 사주에 맞추어 특별한 이름을 짓기도 한다. 때때로 삶이 원만하게 흐르지 않을 때에는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름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고 운세가 바뀐다는 생각은 우리의 오랜 민간사상이다. 이는 이름에 대한 주술적인 관념이 강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관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름을 중요시 여기는 곳에서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부르는 것을 금기하고, 기피하는 풍습이 존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예부터 성인이 되면 자(字)나 호(號), 별호(別號) 등을 지어 이름을 대신하는 것 또한 그러한 풍습 중 하나이다. 혼인한 남녀를 지칭하거나 호칭할 때 본명 대신 택호를 지어 사용하는 것 역시 이러한 풍습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기혼 여성은 자신의 출신지 명에 따라 택호를 달리하는데, 남편 역시 부인의 택호로 칭해진다.
[택호 받기 풍습]
택호는 기혼한 이후에 받는 또 하나의 이름이기도 하므로 택호를 지을 때에는 의례에 준하는 절차를 따르기도 한다. 안동시 풍산읍 수2리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택호받기의 몇 가지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는 집안 어른들이 모여 지어주는 것이다. 동성반촌인 이곳에서 집안의 어른들이 지어주신 택호는 큰 의미가 있다. 둘째는 한학을 많이 공부한 사람에게 부탁하여 짓는 것이다. 셋째는 남편의 친구들이 지어주는 경우이다. 부인을 맞은 남편이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놓고 술과 음식을 대접하면 친구들이 그 기념으로 택호를 지어준다. 특별히 세 번째 경우가 아니더라도 타인으로부터 택호를 받을 때는 며느리를 맞은 집에서 술과 음식으로 택호를 지어준 사람을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동 지역을 조사하여 보면 전통사회에서 반촌일수록 집안의 어른들이 모여 택호를 지어주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때 혼자서 받기도 하고 새로 들어온 여러 며느리들이 모여서 받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인한 지 수년이 지나서야 택호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 특별히 택호를 받지 않았더라도 편의상 자연스럽게 택호가 지어져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민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작명 방식]
일반적으로 택호는 부인의 출신지에 따라 지어지며 한 사람이 하나의 택호로 불린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실제로 시댁에서는 부인의 출신지에 따라, 친정에서는 남편의 출신지에 따라 택호가 지어지므로 한 사람이 2개의 택호를 갖고 있는 셈이다. 출신지 외에도 그 사람이나 집안을 대표하는 것으로, 다른 이들과 변별되는 특별한 상징이 되는 것이면 택호로 채택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택호는 주로 여성의 출신지 명에 따라 지어진다. 기본적인 형태는 여성의 경우 ‘출신지 명+댁’이다. 예를 들어 출신지가 하회라면 ‘하회댁’이 되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에는 ‘부인의 출신지 명+어른(양반)’으로 택호가 정해진다. 여성의 출신지 명으로 짓는 택호는 시댁에서 사용된다. 전통사회에서 혼인은 여성이 남성의 가계에 혼입하여 들어가는 것이며, 주거지 또한 시댁과 긴밀한 경우가 많으므로 택호라 함은 주로 여성의 출신지 명에 따라 지은 것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친정에서 여성의 출신지 명에 따른 택호를 사용할 경우 딸들은 모두 같은 고향을 가지므로 너무 많은 여성들이 같은 택호를 사용하게 되어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친정에서는 남성의 출신 지역과 성씨에 따라 부인은 ‘남편의 출신 지역+남편의 성씨+실이’로, 남편은 ‘출신 지역+성씨+서방’으로 택호를 짓는다. 예를 들어 하회 출신의 여인이 안동의 김씨 집안으로 시집을 오면 시댁인 안동에서는 부인은 ‘하회댁’, 남편은 ‘하회어른(양반)’으로 택호가 정해지지만, 반대로 친정인 하회에 가면 부인은 ‘안동김실이’, 남편은 ‘안동김서방’이 되는 것이다.
출신 지역 외에 직위(職位)명이나 관직(官職)명에 따라 ‘관직명+댁’으로 택호를 짓기도 한다. 당호(堂號) 또한 택호로 사용된다. 당호는 그 집 이름을 말하는 고유명사 이므로 좋은 변별력을 갖는다. ‘좋은 뜻의 단어+댁’으로 택호가 지어지는 경우도 있다. 단어가 가진 좋은 뜻과 같이 세상을 살라고 그렇게 짓는 것이다.
이외에도 간혹 신체적 특성에 따라 택호를 짓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얼굴에 곰보가 있으면 ‘곰보댁’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체에 따른 택호는 흠이 될 수도 있으므로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 마을에 같은 마을에서 시집온 며느리나 장가든 사위가 여러 명일 경우는, 모두 같은 택호를 사용하면 변별성을 가질 수 없으므로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더 큰 곳의 지명이나 더 작은 곳의 지명을 붙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풍산읍 하회마을에서 안동으로 시집온 여인이 2명이라면 먼저 온 사람은 ‘하회댁’으로, 그 다음 온 사람은 ‘풍산댁’으로 택호를 짓는 것이다.
[사용 방법]
택호의 작명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사용 방법을 설명하기는 상당히 복잡하다. 택호를 지칭으로 사용하는가, 호칭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사용법이 다르며, 택호의 대상자와 화자의 관계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택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익숙해진 규칙에 따라 쉽게 사용하지만, 그 모든 경우를 글로 옮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안동 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에 대하여 간략하게 서술하도록 하겠다.
1. 개인과 집안을 나타내는 택호
택호는 주로 출신지 명 뒤에 ‘댁’을 붙여서 사용하는데, 안동 지역에서는 방언으로 ‘때기(댁+이)’라고 한다. ‘안동댁’을 ‘안동때기’라고 하는 것이다. 택호는 집을 일컫는 ‘택(宅)’자에 부른다는 의미의 ‘호(號)’를 사용하므로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집이름’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택호는 개인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속해있는 집이나 집안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동댁네 잔치’라는 표현은 ‘안동댁 집안의 잔치’를 의미하는 것이다. 다만 이것은 여성의 출신 지역에 따른 택호에 한하는 것으로 친정에서는 택호가 개인만을 의미할 뿐 집안 자체를 일컫지는 않는다.
2. 관계에 따른 택호
택호는 택호 대상자와 화자의 관계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불리는데 ‘출신 지역+○○’이 그것이다. ‘○○’에 들어갈 수 있는 용어는 실로 다양한데, 택호 대상자와 화자가 어떠한 친족 관계, 나이 차, 신분 차, 성별 차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하회에서 안동의 김씨 집안으로 시집온 여인은 시댁에서 ‘하회댁’이라는 택호를 갖고 있으며, 자신보다 높은 항렬(行列)에는 ‘하회댁’으로, 형제들 항렬에서는 ‘하회새댁’ 또는 ‘하회형님’으로, 조카들 항렬에서는 ‘하회아지매’로, 손자들 항렬에서는 ‘하회할매’로 지칭되거나 호칭된다.
친정인 하회에 가면 그녀는 자신보다 높은 항렬과 형제 항렬의 연상에게는 ‘안동김실이’ 또는 ‘안동김서방댁’으로, 형제 항렬의 연하에게는 ‘안동언니’ 또는 ‘안동누님’으로, 조카들 항렬에서는 ‘안동아지매’로, 손자들 항렬에서는 ‘안동할매’로 지칭되거나 호칭되는 것이다. 친족 외의 타성은 그녀가 할머니뻘이면 ‘하회할매’로, 그 이외의 경우에는 모두 ‘하회댁’으로 지칭하거나 호칭한다. 만약 화자가 그녀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이라면 또 다른 용어가 적용될 것이다.
[기능]
부계 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출신지 명을 따라 택호를 지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왜 선조들은 여성의 출신지 명을 따라 택호를 지었을까? 그것은 택호의 가장 근본적이고도 일차적인 기능이 변별성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성 마을이 주를 이룬 전통사회에서 혼인은 여성이 남성의 집에 귀속되는 시집살이이며, 남성의 출신 마을이 주된 삶의 터전이다. 만약 남성의 출신지 명을 따른다면 한 마을에 같은 택호를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아 개개인을 분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변별성이 높은 여성의 출신지를 사용하여 개개인을 분별하고 집안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는 친정에서는 남편의 출신 지역을 사용하여 택호를 짓는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출신지 명을 사용한 택호는 여성의 내력을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택호는 주로 혼반(婚班)을 중요시 여기는 반가에서 사용되었다. 출신지 명을 통하여 마을에 새로 혼입한 여성이 어느 지역의 어떤 가문 사람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 택호를 얻는다는 것은 새로운 가문의 구성원이 되었음을 뜻하기도 한다. 과거 친정에서 사용되었던 이름 대신 새 이름을 받음으로써 과거에 소속되었던 집단에서 새로운 집단의 구성원으로 이동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반대로 친정에서 택호를 얻는 것은 다른 가문의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딸과 사위의 택호에 성을 넣음으로써 완벽히 다른 성씨의 사람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변천]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고 전통사회의 삶의 방식이 사라지면서 택호도 그 전승이 약화되었다. 특히 주거방식 면에서 친족들끼리 모여 살던 옛날과는 달리 직장에 따라 핵가족화가 되고 아파트 거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거공동체의 유대관계가 약화되었다. 예전과 같이 이웃의 출신지를 명확히 알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택호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의 경우 60대 이상의 연령에서는 아직도 지역 명에 따른 택호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젊은 층으로 갈수록 지역 명에 따른 택호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연령이 어릴수록 정식으로 택호를 받지 않은 사람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식으로 택호를 받는다는 것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지인이나 웃어른으로부터 택호를 받는 것인데, 젊은 층일수록 이러한 절차를 잘 모르거나 어색하고 번거롭게 생각하기 때문에 택호를 받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