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30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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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재해 |
하회마을로 들어서서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 골목길을 들어서면 하회보건진료소가 보인다.
보건진료소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얼핏 보면 주변의 고가(古家)와 어울려 이곳이 보건진료소가 맞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보건진료소라고 하면 으레 번드르르한 현대식 건물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회마을보건진료소는 아담한 크기의 한옥이다. 대문마저 나무대문이라서 ‘하회마을보건진료소’라는 간판이 걸려 있지 않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관광객들은 하회마을다운 보건진료소를 보고 웃음을 터뜨린다. 하회마을에 왔더니 보건진료소마저 하회마을답다고 여긴 까닭이다. 그래서 관광객들 중에는 다른 고가들을 마주하기 전에 이 보건진료소 건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보건진료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굴까?
서경숙 씨는 1986년부터 하회보건진료소에서 근무해 왔다. 20대 후반에 하회마을로 발령받아 50대가 된 지금까지 하회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마을 사람들과 동거동락해 왔으니, 누가 뭐래도 하회 사람이 분명하다. 그녀가 결혼할 때는 주민들이 관광버스를 맞추어 대구까지 내려왔단다. 어른들께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는데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결혼식장까지 찾아왔더라는 것이다. 당시 마을 사람들이 서경숙 씨를 얼마나 끔찍이 생각했는지 알 만한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서경숙 씨가 처음 하회마을에 발령 받아 찾아왔을 때는 지금 같은 관광마을이 아니었다. 그때 하회마을은 건축가나 시인 등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연구와 휴식을 목적으로 찾아왔다가 쉬어가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30여 년을 보건진료소에서 일하다 보니 변해 버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면서, 서경숙 씨는 관광객들이 들이닥치면서 주민들의 인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그렇거니와 예전의 정취가 사라져 버린 주변 환경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보건진료소를 운영하는 데 문제는 없었느냐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많았다고 답한다. 서경숙 씨는 진료소에 함께 마련된 숙소에서 머무르며 근무를 한다. 그래서 밤에 불을 켜 두면, 대문을 마구 두드리며 민박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오는 관광객이 많다고 한다. 또 한 번은 다짜고짜 진료소로 들어오더니 “다리가 아파서 걷지 못하니 편한 슬리퍼를 내놓으라.”며 생떼를 쓴 관광객까지 있었다고. 서경숙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 관광문화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회마을 전체가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에 하회보건진료소는 다른 보건진료소와 다르게 수요일에는 문을 닫고 일요일에 문을 연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까닭이다. 그렇다고 해도 진료소에서 슬리퍼를 찾는 일을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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