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은 풍산류씨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따라서 마을 안에 풍산류씨 일가들을 묶어주는 화수회(花樹會)와 족회소(族會所), 양로소(養老所), 종당계(宗堂契) 등의 모임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류씨 일문을 대표하는 가장 광범위한 문중모임이 화수회이다. 화수계(花樹契) 또는 대문회(大門會)라고도 불리는 화수회는 친목도모와 선조의 유물관리, 제사 및 묘사 봉행, 위토 및 문중재산 관리, 후진양성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정기 모임은 회전시사가 있는 다음날인 음력 10월 11일에 열리는데, 풍산류씨의 대문회로서 혈연적 지파나 지역적 파벌의 차이 없이 누구든지 동참하던 대동조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활방식이 여러 모로 변모하고 도시로 이주해간 집들이 늘어나면서 화수회가 제구실을 못하게 되자 족회소에서 이들 사업들을 대신 맡아 하기에 이르렀다. 족회소는 조선 전기 봉산령(封山令)에 의해 선조의 묘를 실전한 일이 있었는데, 다시는 선조의 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뜻에서 겸암과 서애 두 분과 그 선친인 입암공이 발의하여 조직한 모임으로, 자연히 풍산류씨 중에서도 입암공 후손들이 중심을 이루게 되었다. 원래 족회소는 화수회의 산하 조직이지만, 화수회가 점차 제구실을 하기 어렵게 되면서 족회소가 화수회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족회소를 일러 대문회 또는 화수계라 일컫기도 한다. 풍산류씨 대문회는 겸암파와 서애파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고 있다.

양로소는 풍산류씨들 가운데 회갑을 넘긴 어른들을 위하여 경로행사를 담당하는 모임이다. 여름 삼복에 노인들을 부용대 정자에 초청하여 향연을 베풀고 하루를 즐기도록 하며, 세모에는 세찬(歲饌)을 보내 경로의 뜻을 표하였다. 이 밖에 선조의 유물들을 보존하기 위한 모임으로 풍산류씨문물보존회를 두었다. 족보를 편찬하기 위한 조직으로 종당계가 있는데, 매년 출생자와 사망자, 그리고 출세한 사람들의 업적을 기록하여 족보 편찬을 위한 자료를 남기고 있다.

파별 모임으로는 겸암의 묘소를 중심으로 한 그 후손들의 모임인 화산소(花山所)가 있고, 서애의 묘소를 중심으로 한 그 후손들의 모임인 수동소(壽洞所)가 있다. 두 모임은 소(所) 단위로 위토와 재실이 있어서 제사와 묘사를 감당하고 제각기 문회(門會)를 가진다. 하회에서 유가의 전통이 잘 유지되고 문물이 온전하게 보존된 까닭의 하나를 이와 같은 문중조직과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풍산류씨 문중조직이 여러 모로 잘 이루어지고 지탱하는 근거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가문에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와서 문중의 구심점을 이룰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집성마을이 가지는 혈연적 유대와 지리적 고립성을 들 수 있다. 셋째는 경제적 기반이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풍산류씨 문중은 여전히 견고한 조직을 가지고 마을의 중심 세력으로서 옛 전통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