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목차

후손들의 마음을 합(盒)에 담아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4A020206
지역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임재해

하회마을 풍산류씨 문중에서는 3년에 한 번 음력 10월 10일 오전 10시가 되면 회전합사(會奠盒祀)를 지낸다. 회전합사는 음력 10월에 5대조 이상의 묘소를 찾아 제사지내는 시향제(時享祭)와는 성격이 다른데, 내력은 다음과 같다.

조선 중기 겸암(謙唵) 류운룡(柳雲龍)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형제와 두 사람의 아버지 입암(立巖) 류중영(柳仲郢)이, 후손들이 조상의 묘소를 알지 못하고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서, 실전했던 조상의 묘를 찾아 자(子)·묘(卯)·오(午)·유(酉)년 등 3년에 한 번 음력 10월 10일 오전 10시에 여섯 곳의 묘소에서 동시에 제를 올리기로 했다. 그러니까 풍산류씨 문중에서는 약 400년 전 입암겸암·서애 형제가 약속한 것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회전합사는 한날한시에 여섯 곳의 묘소에서 제를 지낸다는 것도 독특하지만 제물을 마련하는 방식 또한 독특하다. 제사에 참석하는 후손들은 각자가 정성껏 마련한 제물을 합(盒)에 담는다. 합사(盒祀)라는 말은 바로 ‘음식을 담는 그릇인 합(盒)에 제물을 담아 지내는 제사’라는 뜻이다.

음력 10월 10일 회전합사 풍경은 상당히 이채롭다. 묘소를 찾는 풍산류씨 후손들의 손에는 보자기가 하나씩 들려 있다. 보자기 속에는 부인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제물을 담은 합이 있다. 합에 담는 제물은 정갈하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보기 좋게 담는데, 이는 합사 때 사람들이 가지고 온 합 가운데 가장 보기 좋은 합 2개를 그날의 합으로 뽑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실제로 제사를 마치고 정성스럽게 차려진 합을 둘러보고 사람들은 서로 “OO네 합을 정갈하게 잘 차렸네.”, “OO어른이 신경 좀 쓰셨네.”라고 하며 잘 차려진 합을 뽑는다. 그 날 잘 차려진 합으로 뽑힌 합에 대해서는 “정성스럽게 잘 차렸다. 음식도 맛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잘 차린 합을 뽑아 칭찬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회전합사 참여를 독려하고 조상에게 올릴 제물을 잘 차려오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제물을 상석(床石) 위에 차려내는 보통의 묘제와 다른 회전합사는 풍산류씨 동성마을인 하회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제례인 셈이다.

[정보제공]

  • •  허선미(여, 26세, 안동대학교대학원 민속학과)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