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4A010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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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재해 |
하회마을의 길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마을의 중심부에 위치한 삼신당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길이 방사선형으로 뻗어 있어 방천과 농로 또는 마을 바깥으로 나가는 길과 만난다.
그리고 마을 외곽을 순환하는 도로가 방천길 및 농로로 이어져 감싸고 있을 뿐 아니라, 마을 중심부의 순환도로 사이에 또 하나의 순환도로가 있어서, 결국은 방사선의 길과 몇 겹의 순환도로가 만나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길의 구조는 마을의 형상과 무관하지 않다. 다리미형이니 연화부수형이니 하는 마을의 형상을 생각해 본다면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예사 마을들은 주거지가 산을 뒤로하고 분포되어 있으나 하회는 산기슭이나 골짜기가 아닌 하천 연안의 둔덕에 터를 잡고 있다. 다리미 또는 연화부수형의 주거지 분포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길도 마을 중심부에서 방사상으로 형성되어야 중심부와 주변부의 소통이 원활하게 될 것이며, 주변부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도 방사상으로 난 길을 가로로 이어주는 길이 몇 겹으로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집의 방향도 제각각이다. 하회의 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까닭을 마을의 입지와 주거지 분포, 집의 방향 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하회의 골목길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새마을사업을 하면서도 골목길의 폭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골목길이 넓게 만들어진 까닭도 있다. 어느 골목이든지 소달구지와 경운기가 예사로 다닐 수 있으며, 양진당과 충효당의 두 종가나 북촌댁에 이르는 마을 안길은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골목이 넓다.
지체 높은 신분의 사대부들이 마을 안에 많이 살았던 까닭에 사인교(四人轎)와 같은 큰 가마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또 풍산들에서 소작하던 사람들의 곡식을 운반하는 달구지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길을 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마을길이 방사상의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길은 직선으로 곧지 않다. 골목길을 따라가 보면, 멀지 않은 곳에 담장이 눈앞을 막아서거나 담장 사이로 길이 휘어지면서 그 꼬리를 감추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길과 집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길이 집의 대문을 찾아 들어가려면 굽이를 틀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회마을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집과 집, 집과 골목길을 경계 지우는 담장이 참으로 인상적임을 알 수 있다. 하회의 담장은 유연한 흐름뿐만 아니라 황토빛 색깔도 토속적인 인상을 물씬 풍긴다. 원래 하회는 행주형이자 연화부수형이라고 해서 마을에 돌을 들이지 않았다. 배에 돌을 실으면 가라앉기 마련이고, 물 위에 뜬 연꽃에 돌담을 쌓으면 연꽃이 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새로 만든 담장이 늘면서 토담(흙담)이 돌담으로 많이 바뀌어 버렸다. 토담은 계속 비를 맞게 되면 비에 씻겨 내려갈 뿐 아니라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관리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담장을 새로 쌓으면서 아예 돌담을 쌓아 버린 곳이 많지만, 골목골목을 다니다 보면 아직은 쉽게 토담을 만날 수 있는 곳이 하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