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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놀이 - 동채싸움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4B020301
지역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시대 조선/조선,근대/근대
집필자 한양명

조선 후기 인물인 임만휘(1783~1834)가 남긴 『만문유고(萬聞遺稿)』 권지1(卷之一)에는 동채싸움 장면을 묘사하고 있는 한시가 있다.

벼락치듯 빠른 놀림 이길 틈 엿보며

엎치락뒤치락 좋은 날 좋은 시비

나갈 때나 물러설 때 하해를 물꼬튼 듯

솟구쳐 오를 때는 새매가 나는 듯

한 마당 동채에 바람끝이 뒤따르고

겹겹의 사람숲엔 달빛이 비추이네

서북편이 이겼는가 개선소리 놀랍구나

골골의 장정들이 춤을 추며 돌아가네

이 한시를 통해 우리는 1940년대까지 행해졌던 금소의 장엄했던 동채싸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동채싸움은 10대 초반의 아이들이 벌이는 소규모의 싸움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정초가 되면 아이들이 소형 동채를 메고 고샅을 돌아다니며 동·서부로 편을 갈라 싸움을 벌였는데,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나중에 정식 동채꾼이 되었을 때 발휘해야 할 투지와 기술을 배우고, 어른들은 아이들의 싸움을 보면서 자신들이 벌일 동채싸움을 연상했단다.

동채싸움은 정월 대보름에 벌어지지만 준비는 정초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먼저 동채를 만드는 데 사용할 ‘노린(노란) 참나무’를 구해야 하는데, 양편의 합의에 의해 싸움 날이 결정되면 미리 점찍어 둔 나무를 베어 온다. 나무를 베기 전에는 술과 포를 놓고 산신고사를 지낸다. 베어 온 나무는 동채를 만들기로 약속된 ‘깨끗한 집’에 보관한다. 이때 부정한 사람이나 여성은 동채싸움이 끝날 때까지 그 나무에 접근할 수 없다.

이윽고 적당한 날(보통 싸움 전날)을 잡아 마당이 넓은 집이나 빈 논에서 동채를 만든다. 일단 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짚불에 사루어서 나무가 단단해지도록 한다. 동채의 크기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그들이 구사할 전술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기동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굵지 않고 몸체가 지나치게 크지 않아야 한다. 반면에 쉽게 부서지지 않기 위해서는 재목이 굵고 몸체도 커야 한다. 이렇듯 여러 조건에 들어맞으려면 기동성과 튼튼함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하므로 대개 양편의 동채 크기는 비슷해지게 마련이다.

이렇게 동채가 다 만들어지면 동채를 메고 매미시골에 있는 당으로 간다. 당에 먼저 가서 고하면 싸움에 이긴다고 하여 서두르기도 한다. 이 때 술과 포를 차리고 “싸움에서 이기게 해주십사.”고 동신(洞神)에게 기원한다. 고사를 마치면 동채에 적당한 사람을 태우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위용을 과시한다.

싸움 당일이 되면 아침부터 동채를 메고 고샅을 돌면서 “동부야(또는 서부야)!” 하고 마을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질러 놀이꾼을 모은다. 이때 각 마을의 풍물패가 뒤따르면서 신명을 돋운다. 놀이꾼이 모이면 임의로 편을 갈라 몇 번이고 머리꾼 싸움을 연습하면서 전술을 짠다. 이 때 몇몇 사람은 상대편과 만나서 몇 시쯤 ‘어울(싸울)’ 것인지를 의논한다. 대개 해가 남아 있는 오후 4~5시쯤 싸우는 것으로 합의가 되지만 해가 지고 나서 싸울 수도 있다. 싸움 시간을 정할 때 해가 있을 때 싸우자고 하는 것은 싸움을 점잖게 하자는 뜻이고 해가 지면 싸우자는 것은 “얼굴 가리지 말고 억세게” 싸우자는 뜻이다.

싸움은 주로 텃논에서 했다. 텃논은 마을의 배꼽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이곳의 지신을 눌러야 농사가 잘되고 마을에 탈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싸움 시간이 가까워 오면 각 편의 동채꾼들이 텃논으로 모여들고, 금소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에서 온 구경꾼들도 주위에 자리를 잡는다.

동채싸움을 할 때는 이기기 위한 여러 가지 진형이 있는데, 보통 몸싸움을 하는 머리꾼이 서고 그 뒤에 동채가 선다. 먼저 시작되는 머리꾼의 싸움은 대개 팔짱을 끼고 어깨나 몸으로 미는 것이다. 이렇게 머리꾼들이 싸우는 사이에 동채끼리 싸움이 붙고, 이때 동채대장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그날 싸움에서 이기게 되는 것이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동채가 하늘 높이 날아다니기도 하고 땅바닥을 기어가기도 하며 좌우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동채의 앞머리가 땅에 먼저 닿으면 싸움에서 패한다. 승부가 결정되면 이긴 편은 진 편의 동채를 빼앗아 부숴 버린다. 동채를 부러뜨리는 소리가 텃논에 울려 퍼질 때쯤이면 얼음이 깔려 있던 텃논은 진창으로 변해 있었다고 전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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