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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402269
한자 鄕飮酒禮
영어의미역 A Confucian Ceremony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지역 경상북도 안동시
집필자 박동철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의례

[정의]

경상북도 안동의 서원 등에서 유생들이 술을 마시며 잔치를 하던 의식.

[개설]

향음주례(鄕飮酒禮)란 향촌의 선비나 유생들이 학덕과 연륜이 높은 이를 주빈(主賓)으로 모시고 술을 마시는 잔치이다. 그러나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술을 마시는 가운데 예를 세우고 서로의 화합을 도모하는 향촌의례의 하나이다. 주로 서원이나 향교 등지에서 서원행례·향약례·향사례(鄕射禮) 등의 각종 행례 절차 중의 하나로 시행했지만, 향음주례만을 별도로 시행하기도 했다.

술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넘침을 경고했지만 도를 넘어선 경우가 허다했던가 보다. 오래 전부터 ‘고주망태’니 ‘술 먹은 개’라는 표현이 통용되었음은 꽤나 부작용이 많았던 것으로 유추된다. 향음주례는 술로 인해서 발생할 폐해를 막고 예를 바로 세우기 위한 우리 선조의 대응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연원 및 변천]

향음주례는 『주례(周禮)』와 『의례(儀禮)』에 잘 나타나 있다. 『주례』에 따르면 관직에 등용된 사람을 위해 출향에 앞서 베푸는 송별연이 향음주례이다. 『의례』에는 나라 안의 덕유자(德有者)를 대접하는 의례로 기록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후한시대인 나라[國], 현(縣), 도(道)에서 향음주례를 행했다. 또한 당나라는 677년 「향음례」를 반포하여 매년 정기적으로 의례를 행하게 했다. 명나라 태조 때는 향음주례 조직을 상세히 규정하여 학교나 관청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주기적·조직적으로 향음주례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향음주례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고려 인종 때인 1136년에 과거제를 정비하면서 여러 주의 공사(貢士)를 중앙에 보낼 때 향음주례를 행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향음주례는 특히 고려 말부터 조선 초에 이르기까지 크게 보급되었다. 조선 초기에 정도전이 지은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에는, “정표(旌表)가 절의(節義)를 장려하는 것이라면 향음주는 예손(禮遜)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집현전에서 1474년(성종 5)에 편찬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서도 향음주례를 찾아 볼 수 있다.

향음주례는 가례의 하나로 매년 10월에 한성부와 각 도, 그리고 모든 주·부·군·현 등에서 길일을 택해 치러졌다. 주인이 되는 수령의 주최 하에 고을에 나이 많고 덕이 있으며 재주와 행실이 고루 갖추어진 사람을 주빈으로 삼았다. 이 외에도 유생을 손님으로 하여 서로 모여 읍양(揖讓)하는 예절을 지키며 주연을 함께 했다. 향음주례에서는 특히 어진 이와 어른을 공경하고 덕유자를 높이며, 예법과 사양의 풍속을 일으키도록 했다. 이는 향음주례의 홀기(笏記)나 절차를 보면 잘 드러난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향음주례를 규제화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의례에 머물지 않고 사족 상호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지방 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성종 초에 등용된 김종직(金宗直) 등의 영남 출신 사류들은 훈신(勳臣)들의 장기 집권에 따른 비리로 인해 동요하는 지방 사회의 질서를 재편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에 세조 말에 혁파된 유향소 제도를 부활하여 『주례』의 향사례·향음주례 등의 시행을 시도하였다. 이때 사당이란 명칭으로 향음주례를 행하였는데, 안동·예천·김해·성주 등의 네 곳에서 행해졌다고 보고되어 있다.

[절차]

향음주례는 집도자가 홀기를 부르며 이끄는 대로 진행된다. 홀기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시행되는 모든 향음주례가 대동소이하다. 오늘날에는 실제로 술을 마시며 흥을 내기보다는 그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례를 진행하고 그친다. 아래의 절차는 2008년 5월 2일 서울의 남산한옥마을에서 향음주례에 불렀던 홀기를 바탕으로 서술한 것이다. 향음주례의 진행은 정해진 홀기에 따르는 것이므로 안동에서 행해지는 향음주례의 절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1. 손님을 청(請)하는 의식

주인이 손님의 집에 가서 향음주례 연회를 알리고 큰손님으로 청한다.

2. 손님을 주인집(향음주례청)으로 모시는 의식

주인은 향음주례 연회 준비가 다 되었으면 집사를 보내어 손님을 모셔 오도록 한다. 집사는 손님 집에 가 대문 서쪽에서 큰손님에게 인사하고 손님을 인도하여 주인집에 이르면 대문 서쪽에 서서 주인에게 “큰손님 오셨습니다.”하고 고한다. 주인은 대문 동쪽에서 서향하여 큰손님에게 “어서 오시지요.” 하며 읍례(揖禮)로 맞이한다. 큰손님도 주인에게 “향음례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답읍한다. 주인은 수행하여 온 여러 손님에게도 읍례로 인사하고 여러 손님도 읍(揖)으로 답한다.

주인은 동쪽 계단 아래에, 손님은 서쪽 계단 아래에서 각각 마주 보고 서서 서로 읍을 하고 “먼저 오르시지요.” 하며 먼저 오르기를 권한다. 서로 오르기를 세 번 권하고 사양한 후, 주인이 먼저 오른다. 주인과 손님은 서로 마주 보고 주인은 오른발 먼저 왼발 합족, 손님은 주인보다 한 발 늦게 왼발 먼저 오른발 합족하며 오른다. 주인과 손님이 당(堂)에 오르면, 주인과 손님은 각자의 자리에 가서 앉는다. 주인이 먼저 북쪽을 향하여 재배(再拜)하면 큰손님도 북쪽을 향하여 재배한다.

3. 헌작(獻爵)

헌작은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대접하는 의식이다. 집사는 준소(樽所)의 보자기를 걷고 작(爵)과 용작(龍勺)을 내어 놓는다. 주인이 준소에서 작을 받아 작세소(爵洗所)로 가면 큰손님도 주인의 뒤에서 한 발 늦게 따라간다. 주인이 손님에게 “그대로 앉아 계시지요.”라고 인사하면, 손님은 “저 때문에 너무 수고가 많으시니 앉아 있기가 민망합니다.”라고 한다.

주인이 술잔을 들고 작세소에 가서 손을 씻고 잔을 씻으려 할 때 손님은 다시 “저로 하여금 수고가 너무 많으십니다.”라고 하면, 주인은 “안주 없는 술이지만 청결히 하고자 할 따름 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손님이 술상 앞으로 가서 서 있으면, 주인은 준소에 가서 술을 받아들고 손님 앞으로 가 술잔을 준다. 손님이 술잔을 받아 상위에 놓고 주인에게 절을 하면, 주인도 답배(答拜)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집사가 포(脯)와 해(醢)를 손님상에 갖다 놓으면 큰손님은 왼손으로 술잔을 잡고 오른손으로 포를 조금 앞으로 당겨 놓고 반제한 후,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맛을 본 후 일어나 주인을 향하여 한 번 절하고 “술 맛이 참 좋습니다.”라고 한다. 주인도 일어나 이에 답배한다. 큰손님이 자리에 앉아 잔을 다 비우면 집사는 잔을 남겨 두고 포와 해를 철상한다.

4. 작례(酌禮)

작례는 손님이 주인을 대접하는 의식이다. 먼저 손님이 술잔을 들고 작세소로 가면 주인도 손님의 뒤를 한발 늦게 따라간다. 손님은 주인에게 “그대로 앉아 계시지요.” 라고 인사한다. 집사는 손님이 손과 잔을 씻도록 돕는다. 손님이 술잔을 작세소에 가서 씻으려 하면 주인은 “송구스러워 앉아 있기가 민망합니다.”라고 말한다. 주인이 상 앞으로 가서 서 있으면, 손님이 준소로 가서 술을 받아가지고 주인 앞으로 가 술잔을 준다.

주인이 잔을 받아 상에 놓고 한 번 절하면, 손님도 답배한다. 손님이 자리에 돌아가 앉으면 집사가 포와 해를 갖다 놓는다. 주인은 왼손으로 술잔을 잡고 오른손으로 포를 조금 앞으로 당겨 놓고 반제한 후,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맛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큰손님을 향하여 절을 한다. 큰손님이 일어나 답배하면 주인은 자리에 앉아 잔을 다 비운다.

5. 수례(酬禮)

수례란 주인이 두 번째 손님에게 대접하는 의식을 말한다. 먼저 주인이 준소에 가서 치(觶: 향음주에 쓰이는 뿔로 만든 술잔)를 받아 작세소로 가면 두 번째 손님이 따라 가는데, 이때 역시 주인은 “그냥 앉아 계시지요.”라고 말한다. 이에 두 번째 손님은 “너무 수고하시니 감히 앉아 있기가 민망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주인이 집사의 도움으로 손과 잔을 씻으며 “감히 깨끗이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손님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주인은 준소에 가서 술을 받아 들고 손님 앞으로 가 서서 술잔을 건넨다. 손님이 감사하다는 뜻으로 한 번 절하고 술잔을 받아 상에 놓으면 주인도 손님에게 답배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손님도 자리에 앉으면 집사는 포와 해를 손님상에 갖다 놓는다. 손님은 왼손으로 치를 잡고 오른손으로 포와 해를 조금 당겨 놓고 반제한 후, 술을 조금 맛보고 일어나 한 번 절한다. 주인도 일어나 답배하면 손님은 자리에 앉아 잔을 다 비운다.

6. 손님이 돌아가는 의식

거듭 권함에 취기가 도도하면 “대접 잘 받았습니다.” 하고 큰손님이 먼저 일어나면 자리의 모든 손님도 따라 일어난다. 큰손님이 서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다른 손님도 따라 내려가 대문 밖 서쪽에 차례대로 선다. 주인이 대문 밖 동쪽에서 서향하여 서서 손님에게 읍례로 작별 인사를 하면 큰손님 이하 여러 손님들도 “대접 잘 받았습니다.” 하고 읍례로 답한다. 이에 주인은 “대접이 소홀하여 민망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한다. 이로써 모든 의례가 끝난다.

[생활민속적 관련사항]

현재 안동시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향음주례 시연을 하고 있다. 가을에 벌어지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행사의 일환으로 경상북도 안동청년유도회의 주관 하에 이루어진다. 장소는 안동 시내에 있는 태사묘웅부공원 등지이다. 안동시 도산면에 있는 도산서원에서 도산별시를 치를 때에 향음주례를 행하기도 한다. 향음주례를 행할 때에는 전국적으로 이름 있고 학덕 있는 유학자를 초빙하여 의례를 집도하도록 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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